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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장 양성 종괴의 수술 vs 약물치료'... 수의사의 선택은?


안녕하세요. 믿을 수 있는 동물 병원 그룹 

벳아너스(VET HONORS)입니다.

 벳아너스는 대한민국 최초의 동물 병원 얼라이언스로 전국 시도의 주요 동물 병원과 함께하고 있으며, 수의사와 보호자, 반려동물 모두가 행복한 동물 병원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희는 동물 병원 간 공동 브랜딩, 고객 서비스 외에도 동물 병원 원장님들을 대상으로 자체 학술 모임과 세미나 개최를 통한 지식과 노하우 공유하며 건강하고 단단한 조직 문화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코숏(암컷-중성화 완료, 체중 3.2kg)을 기르는 보호자입니다. 최근 저희 반려묘가 월 2~3회 정도 노란색 거품이 섞인 사료토를 하고 식욕부진, 변비 등의 증상을 보여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검사 결과 담낭 슬러지(sludge/담낭 안 찌꺼기), 십이지장 내 종괴를 확인했습니다.

내시경 조직 검사를 진행해 양성 종양임을 확인했고, 이후 수술 여부를 상담하였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예후를 걱정하면서 모니터링을 하며 약물치료를 해보자고 권유하셨습니다. 담낭과 위장약, 항구토제를 처방받아 먹였더니 한 달 정도는 구토를 하진 않았는데 종괴 때문에 여전히 걱정이 됩니다.

약물 치료 후 구토 증세sms 보이지 않아 종괴를 계속 지켜보며 추적 관찰을 해야 할 텐데요. 수술을 할지 말지 여전히 판단이 제대로 서질 않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소화기 쪽 종양이라 바로 제거를 해줘야 할 것 같아요. 나중에 혹여라도 악성으로 변질되거나 커져서 응급 상황이 벌어질까 두렵습니다.

종괴 제거 정말 필요 없는 걸까요? 부디 안심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우리 고양이에게 양성 종괴가..!!! 수술을 안 하고 내과적 치료만 받아도 괜찮을까요? 게티이미지뱅크


Q. 안녕하세요! 벳아너스 회원병원인 스마트 동물병원(신사본원)의 조지훈 수의사입니다. 일단 사연을 찬찬히 읽어보니 보호자님이 반려묘 건강에 걱정이 깊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려동물의 특정 병명이 진단되면, 치료 방향은 보호자와 상의 후 결정하게 됩니다. 더불어 보호자님이 처한 상황과 수의사의 성향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서 치료 방향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죠. 이번 사례 또한 치료 방향을 정하기까지 여러 가지 사안들을 고려하고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에 정리한 저의 답변이 보호자님 결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십이지장 내 양성 종괴란?

십이지장은 대부분의 척추동물에 존재하는 기관으로 소장의 시작 부분에 위치합니다. 주로 소장에서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한 관련 효소를 분비하는 역할을 하죠.

<고양이 소화기관> 십이지장은 소장 시작 부분에 위치하는 기관입니다. merckvetmanual


고양이 십이지장의 위치를 확인하세요! vetcheck


고양이의 십이지장 내 양성종양*(feline duodenal adenomatous polyp)의 발생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평균 10세 이상 노령묘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별은 보고된 자료들마다 조금씩 달라 성별로 인한 발생요소는 크게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묘종에 따라서는 주로 코숏(Domestic short hair)에서 많이 발생하는 편이며, 그 외 메인쿤, 노르웨이숲 고양이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양성 종양 : 양성 종양은 전이를 일으키지 않는 종양으로, 몸에 생기는 혹 중 악성(암)이 아닌 모든 것을 지칭한다.


양성 종괴, 위험한 상황은 없을까?

일반적으로 양성 종괴는 무한히 성장하지 않고, 다른 장기로 전이돼 생명을 위협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수술하지 않고 관찰만 하면서 보는 경우들도 있죠. 양성 종괴를 발견했을 때 중요한 점은 현재 종괴로 인한 임상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종괴로 인한 염증이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로 인해 추가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합니다. 종괴로 인해 가장 위험한 경우는 물리적 폐색(부분적 혹은 완전히 막힌 상태)입니다. 종괴가 십이지장을 막아 흐름을 방해한다면, 이는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으니 응급수술이 필요합니다.

앞서 보호자님이 양성 종괴가 악성으로 변하지 않을지 걱정하셨는데요, 현재까지 양성 종괴가 그렇게 진행된 사례는 학계에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양성 종괴? 양성에서 악성으로 변하는 사례는 현재까진 보고된 사례가 없으니 안심하세요! 게티이미지뱅크



양성 종괴, 내과적 치료가 최선일까요?

사실 십이지장 종괴의 근본적인 치료는 외과적 절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양성 종괴는 완전한 절제 시 재발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치료인 셈이죠. 과거 발표된 한 논문*에서도 종괴 절제 수술을 받은 고양이들의 대다수가 뚜렷한 재발 없이 치료가 되었다고 보고됐습니다.

*관련 논문 확인하기 : Adenomatous polyps of the duodenum in cats: 18 cases (1985-1990)

다만, 십이지장 부위는 수술적인 접근이 쉽지 않은 위치입니다. 해부학적으로 우측 상복부 깊숙이 접근해야 하며, 바로 옆에 간과 췌장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수술 중 혹은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수의 합병증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로 인한 수술이 부담스럽다면 내시경을 통한 절제술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치료 사례가 많이 있진 않지만, 치료가 잘 되었다는 후기가 학계에 보고된 적은 있습니다. 내시경을 통한 절제술은 외과적 수술에 비해 덜 침습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연 속 고양이 체중이 3kg 남짓으로 매우 작은 크기라 수술의 난이도는 매우 높으며, 완전한 절제가 안 될 시에는 재발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수술이나 내시경의 방법을 제외한다면 장기적인 약물치료로 관리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거의 없거나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십이지장 내 양성 종괴의 외과적 수술은 난이도가 높습니다. 또한, 몸집이 작은 고양이라면 더 어려울 수 있어요. 게티이미지뱅크

제가 사연


속 반려묘를 진료하고 있는 담당 수의사라면, 현재 양성 종괴가 십이지장 내 물리적 폐색 등 심한 임상증상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급하게 수술을 결정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보단 정기적인 추적 검사와 필요시 내과적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치료하는 방향을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십이지장 종괴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면 이대로 잘 지낼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양성 종괴의 크기가 커지거나 반복적으로 염증 및 출혈 등 문제가 생긴다면 수술이나 내시경 치료도 고려하시는 게 좋습니다.

사연 속 반려묘가 부디 큰 문제 없이 건강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동그람이 : '십이지장 양성 종괴의 수술 vs 약물치료'... 수의사의 선택은?